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것 중 하나는 도심 내 한가운데 도로가 떡하니 경매에 나오는 경우다. 개인 소유의 토지인데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서 도로로 사용하면서 제대로 소유자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은 토지다. 이런 토지를 낙찰받아 수익을 내는 것이 미불용지 경매다.
1. 미불용지란
경매물건을 검색하다보면 도로로 사용 중인 땅이 곧잘 보인다. 낙찰받아 통행료나 이용료를 받을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불가능하다.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는 일반인의 통행을 막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만약 차량 통행을 방해한다면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게 판례 입장이다. 그러면, 도로를 낙찰받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 중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미불용지’이다. 이미 공익사업이 시행된 토지인데도 불구하고 소유권도 개인이 가지고 있고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토지를 미불용지라고 한다. ‘미불용지’는 ‘미지급용지’로 용어가 변경되었으나 아직 현장에서는 ‘미불용지’로 불리고 있다. 요즈음에야 국가에서 개인의 토지를 적합한 보상 없이 강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일제시대 또는 6·25 사변 당시에는 보상 없이 개인 토지를 국가에서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보상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하도록 승낙하였으나 예산상의 이유로 보상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불용지가 생기게 되었다.
2. 미불용지 투자하는 방법
2-1. 미불용지 찾는 법
미불용지는 지목이 ‘도로’인 경우만 해당되지 않는다. 지목이 ‘대’이거나 ‘전’, ‘답’처럼 다른 지목인 경우도 미불용지가 될 수 있다. 미불용지를 찾는 방법은 미불용지의 정의에 맞는 토지를 고르는 것이다. 미불용지의 정의를 보자.
미불용지는 ① 종전에 시행된 ② 공익사업의 부지로서 ③ 보상금이 지급되지 아니한 토지를 말한다.
이 정의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① 종전에 시행된’의 의미는 미불용지로 보상금을 신청하는 시점에서 과거에 시행된 사업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계획시설 도로예정지와 같이 미래에 개설할 예정인 도로부지는 사업이 시행되지 않았으므로 미불용지가 아니다. ‘② 공익사업의 부지’여야 한다. 도로로 사용 중이기는 하지만 과거에 공익사업으로 개설된 도로여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도로, 개인이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지으면서 개설한 도로, 주택단지를 만들면서 진출입로로 만든 도로는 공익사업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미불용지가 아니다. ‘③ 보상금이 지급되지 아니한 토지’여야 한다. 개인소유로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보상금이 지급된 토지일 수 있다. 공익사업 시행자는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토지소유자로부터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받는다. 간혹 소유권 이전 서류를 받고서도 국가나 지자체 앞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미불용지가 아니다. 이미 보상금이 지급된 용지로 본다.
다음 경매물건이 미불용지가 아닌 대표적인 경우다. 이 토지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개인 소유의 토지이기는 하지만 공익사업으로 개설된 도로가 아니다. 개인이 건물을 지으면서 개설한 도로다.
어떻게 미불용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확인해보자.
토지의 형상으로 보아 인근 토지인 50-49, 50-7의 진입통로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토지의 분할, 합병 이력과 건축시점을 조사해보면 다음과 같다.
경매 토지와 인근 토지가 분할되고 합병된 시점이 1989.2.24.로 동일하다. 또한 인근 다세대 주택은 그로부터 몇 개월 후에 건축허가를 받아 준공되었다. 이 사실로 보아 경매 토지는 인근 토지에 건물을 짓기 위해 분할되고 지목이 도로로 변경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경매 토지는 개인이 건축을 위해 만든 도로일 뿐 공익사업으로 만들어진 도로가 아니다. 따라서 경매 토지는 미불용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2. 미불용지 조사하는 방법
미불용지를 조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현황이 도로로 사용 중인 토지가 발견되면 토지대장(또는 임야대장)을 열람하여 분할이나 합병 시점, 지목 변경 시점을 확인한다. 또 분할된 나머지 토지에 건물이 있다면 건축물 대장을 발급받아 건축년도와 건축주를 확인한다. 즉, 도로개설시점과 해당 토지의 변경이력을 비교하여 미불용지 가능성을 추정하는 것이다.
② 같은 도로에 속한 다른 토지의 토지분할 시점과 국가로 소유권이 이전된 시점을 확인한다. 대부분 토지가 국가나 지자체로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라면 미불용지일 가능성이 높다.
③ 자자체 도로과 미불용지 담당자에게 해당 토지가 미불용지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미불용지 보상담당자는 그 도로에 속한 토지를 보상하였거나 보상신청을 받아 검토한 경험이 있으므로 도로의 노선만 보고도 미불용지 여부를 가려낸다. 미불용지라는 답변을 하면 그 도로의 과거 이력, 어떤 공익사업으로 개설되었는지, 개설경위와 시점, 보상예상시점 등을 확인한다.
3. 미불용지 투자 사례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봉암리에 있는 농지가 온비드 공매에 나왔다. 지목이 ‘답’이기는 하지만 현황사진을 보면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로 사용되고 있었다.
혹시 미불용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보면 토지의 형상이 도로 모양으로 길쭉하기는 하지만 ‘소로’나 ‘중로’ 같은 도시계획시설 도로 명칭도 보이지 않는다.
미불용지가 맞는지 파주시청 미불용지 보상담당자에게 물어보았다. 과거에 파주시에서 지정한 ‘시도’였는데 현재는 노선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미불용지가 맞기는 한데 기존에 미불용지 보상이 접수된 건수가 너무 많아서 5년 넘게 걸린다고 했다. 입찰할까 아니면 패스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미불용지로 보상받는다 해도 5년 동안 보상받지 못하면 투자금만 묶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섣불리 입찰하지 못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공매감정가의 절반 수준에서 낙찰받으면 5년 후에는 2배로 보상받을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낙찰받았다. 또한 미불용지는 지자체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하면 보상 일정이 앞당겨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나서 파주시청 도로관리사업소에 미불용지 보상신청서를 접수하였다.
미불용지 보상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신청서에 접수번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접수번호가 없으면 보상순서를 보상담당자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상담당자는 장부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지만 미덥지 못했다. 한시라도 빨리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서 미불용지 보상금 지급시기를 앞당기는 편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하고 소송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미불용지 소유자는 자신의 토지를 도로로 사용하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지료를 청구할 수 있다. 지료 청구의 원인은 부당이득이다. 토지소유자가 건축행위 등 토지의 사용⦁수익을 침해당하였고 국가는 개인 재산을 도로로 사용하는 이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별도의 청구절차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민사소송에 의한다. 미불용지의 소유자는 지자체로부터 부당이득금을 수령하면서 미불용지가 보상될 때 까지 기다릴 수 있다. 부당이득금 산정기준은 미불용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정기예금금리, 국⦁공채 수익률 등을 고려하여 평가된 기대이율을 곱하여 산출한다.
미불용지 소송의 피고는 누구일까?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지만 도로 관리책임이 지자체이므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도 지자체를 상대로 해야 한다.
이 소장을 접수할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닥쳐올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불용지 보상담당자가 미불용지라고 확인해주었고 미불용지 보상신청서까지 접수한 상태였다. 당연히 소송은 아무런 쟁점 없이 승소할 것이고, 파주시로부터 부당이득금을 받으면 보상일정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파주시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답 변 서
피고의 소송대리인은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청구취지에 대한 답변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원인에 대한 주장 (요약)
1. 이 사건 토지는 과거부터 현황도로로 사용되면서 1997.12.15. 시도7호선으로 다시 2008.12.29. 면도103호선으로 관리되고 있다.
2. 1966년 제작된 지도를 보면 이미 2차선 비포장도로가 존재하는바 과거부터 현황도로가 있었다.
3. 이 사건 토지의 전소유자가 토지를 분할하였고 나머지 토지는 대지로 바꾸면서 통행로로 사용하는 동시에 일반공중의 통행로로 무상제공하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
4. 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취득시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사정을 알고 있었고 사용⦁수익할 목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므로 매수인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입증방법 (☞ 목록만 나열)
: 토지카드대장, 시도7호선 및 면도103호선 경기도보, 이동정리결의서, 토지등기부등본, 1966년 지도, 토지분할신청서, 토지지목변경신청서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에 머리가 멍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인데 미불용지 보상담당자와는 별개로 각 시⦁군청에는 이러한 소송을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있었다. 미불용지 보상은 보상담당자가 맡지만, 소송이 발생하면 보상담당자로부터 소송담당자에게 업무가 넘어간다. 소송담당자는 이런 종류의 소송사건을 많이 맡아보았고 판례나 쟁점에 대해 변호사에 못지않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모든 자료를 지자체에서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소송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미불용지를 낙찰받아 부당이득금 청구를 하려는 사람은 파주시의 답변서를 참조하면 된다. 부당이득금 청구에 대한 쟁점이 모두 담겨져 있다. 이 내용을 참조해서 낙찰받기 전에 확인해야 한다.
미리 이런 내용을 조사한 후 낙찰받았더라면 대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순서가 잘못된 것이었다. 며칠간 답변서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이 주장을 이기려면 어떤 논리를 펴야 하는지, 어떤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였고 그러던 중 한줄기 빛처럼 희망이 보였다.
파주시에서는 1966년 지도에서 현황도로가 존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전의 항공사진을 구해서 현황도로가 없었음을 증명하면 된다. 문제는 파주시 일대는 군사지역이라 위성지도나 항공사진이 일반에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66년 이전 위성지도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일제시대인 1915년 작성된 지적도를 찾아내었고 당시 지적도에는 도로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다음과 같이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준 비 서 면
사 건 2014가소 3*** 부담이득금
원 고 O O O
피 고 파주시
당사자 간 위 사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준비서면을 제출합니다.
(중략)
1. 1915년 일제시대 지적도는 그 당시 사용현황을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 이후부터 1966년 사이에 도로가 만들어졌고 국가에서 적법한 취득절차로 토지를 점유한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개인의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 전소유자의 토지분할은 공로 출입용도나 일반 공중의 통행로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국가에서 무단으로 도로로 사용 중이어서 어쩔 수 없이 분할한 것이다.
3. 이 사건 토지가 있는 도로 상에 존재하는 토지로서 불과 180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토지도 2012.3.경 공공용지 협의취득절차가 진행되어 보상되었다.
결과는 다행히 승소했다. 아주 적은 금액이기는 하나, 매월 파주시로부터 받는 부당이득금은 89,010원을 받게 되었다. 미불용지 감정평가금액 53,000,000원 기준으로 2%의 기대이율로 계산되었다. 부당이득금은 비록 작지만 다행스럽게도 소송에서 승소하였고, 미불용지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의 쟁점이나 미불용지 감정평가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도 상세히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마침내 2019년 4월에 파주시에서 보상을 통보해왔다. 최종 보상금은 58,788,000원이었다. 조금 더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았다면 더 좋았을 것인데, 아쉽지만 투자결과를 정리해보자.
ㅇ투입금액 : 2,778만원 (낙찰가 + 부대비용)
ㅇ보상금액 : 5,878만원
ㅇ부당이득금 수령액 : 600만원 (5년 7개월)
ㅇ수익금액 : 3,700만원 (세전)
ㅇ투자기간 : 5년 7개월
ㅇ수익률 : 133% (연 수익률 23%)